


지난 4월 11일 오후 6시 비엔나 오스트리아 국방성 본부 성당(Militaerpfarre Wien, Ehrensaal)에서 열린 피아노 신박듀오(피아니스트 신미정과 박상욱)와 베이스바리톤 안민수의 콘서트는 마치 ‘비엔나 스프링 콘서트’가 막을 여는 것 같은 봄의 화사함과 따뜻함, 환상적인 기쁨을 느끼게 했다.
4월 21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 스프링 페스티벌’의 참가 연주자들로 초청을 받은 신박듀오와 베이스바이톤 안민수는 ‘서울 스프링 페스티벌’참가를 준비하길 원했다. 이어 5월 까지 계속되는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들과 지방 콘서트 순회를 함께 준비하고 싶었다. 비엔나 팬들에게도 성원을 부탁하기 위해 일종의 준비 콘서트를 연 것이다. 이런 연주회가 마치 ‘비엔나 스프링 콘서트’를 시작하는 것 같은 높은 예술성과 감동을 준 것이다.
프로그램의 첫 순서는 피아니스트 박상욱의 솔로였다. 루드비히 판 베토벤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Nr.5 Es-Dur, op. 73(일명 ‘황제’)이었다.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된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 쪽은 빈 국립음대 석사과정 피아니스트 염원재가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박상욱의 솔로를 비엔나 팬들이 듣기로는 근 10여년 만일 것이다. 그동안 피아니스트 신미정과 함께 피아노 신박듀오로 한국과 유럽에 듀오이스트로 명성을 함께 쌓은 피아니스트 박상욱은 근년에 와서 한국의 각종 음악연주회에 솔로연주를 하여 솔로이스트로서도 명성을 높였다.
피아니스트 박상욱은 이날 밤 ‘황제’협주곡의 연주에서 협주곡이 내포한 고도의 난이도를 훌륭하게 소화하면서, 베토벤이 표현하고자 했던 음악의 웅장함과 장대함, 예술성을 훌륭하게 표상했다. 피아니스트 박상욱은 부천아트센터가 주최하는 ‘박상욱과 함께 하는 브런치’피아노 솔로 프로그램에 매달 출연, 피아노 솔로 예술의 진면목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
베이스바리톤 안민수는 지금 유럽의 한인 오페라·리트 분야에서 새로운 별로 크게 부상하고 있다. 빈 국립음대 최초의 한국인 성악 강사에서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나온 그는, 그동안 잘츠부르크 축제 대무대의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주연으로 데뷔한데 이어, 프라하 국립 오페라 극장의 피에트로 마스카니와 루제로 레온카발로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 주연 등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유럽서 활동하던 유명한 한국인 베이스, 바리톤 연광철, 사무엘 윤이 한국으로 귀국하거나 그 존재감이 유럽에서 감소되고 있는 시점에서 베이스바리톤 안민수의 등장은 이들 대가들을 잇는 차세대 오페라, 리트성악가로서의 빛나는 미래를 보여 준다고 하겠다.


베이스바리톤 안민수는 이날 밤 부인이며 피아니스트인 신미정 빈국립음대 교수의 반주로 프란츠 슈베르트의 가곡모음집 ‘백조의 노래’(Schwanengesang,D 957)에서 5곡을 불렀다. ‘사랑의 대사’(Liebesbotschft), ‘전사의 예감’(Kriegers Ahnung), ‘세레나데‘(Ständchen), ’나의 숙소‘(Aufenthalt), ‘비둘기 전령’(Die Taubenpost)이었다. 가창과 반주가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피아니스트 신박듀오는 이번에 피아노 듀오 곡 중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연주가 매우 어려운 두 곡을 연주했다. 어쩌면 그들의 완숙된 경지의 피아노 듀오실력을 마음껏 휘둘러 청중들을 놀라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할 정도로 신기(神技)가 건반에서 펄펄 뛰는 듯한 연주였다.


에마뉘엘 샤브리에((Emmanuel Chabrier)의 ‘뮌헨의 추억’(Souvenir de Munich):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주제에 따른 커드릴 춤곡: 네 손을 위한 연주용)과 모리스 라벨의 ‘라 발스(La Valse:왈츠: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연주용)였다.
바그너의 열렬한 신봉자이며, 뮌헨에서 초연된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제작에 직접 참여했던 브리에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명 주제들을 재료로 삼아 프랑스 무곡 커드릴 풍의 춤곡을 작곡했다. 여기에 포함된 5개의 춤은 1. 판탈론(Pantalon: 시작), 2. 에떼(Été: 여름), 3. 폴레(Poule: 암탉 / 커드릴 춤 이름), 4. 파스투렐(Pastourelle: 목가 / 양치기 소녀), 5. 파이널–갈롭(Finale-Galop: 마지막 질주)이다. 신박듀오는 바그너의 인상파적 빛나는 색채감, 샤브리에의 환상적 화성에 담긴 구애됨이 없는 명랑성과 유머감각, 그리고 난이도, 고난이도의 춤곡을 신바람 나게 들려주었다.
모리스 라벨의 ‘라 발스’는 비엔나 왈츠에 대한 예찬의 작품이지만, 난이도 뿐만 아니라 이해하기에도 어려운 곡이다. 신박듀오는 이를 긴장 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듣고 감상하도록 마술을 부리는 듯 인상적인 연주를 했다.
마지막 곡으로 베이스바리톤 안민수의 프란츠 슈베르트의 명곡 ‘마왕’(Erlkönig, D 328)이 신박듀오의 반주로 연주되었다.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동명의 시에 피아노곡을 붙인 이 작품은 모든 유럽 마왕 가곡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곡 이며, 독일가곡 명작 중 최고작 중에 포함되는 곡이다.
베이스바리톤 안민수는 아버지와 아들, 마왕, 나레이션 등 4인 역을 동시에 노래하면서 난이도 높은 명곡을 감동 깊게 전달했다. 그는 병든 아들을 말에 태우고 폭풍우 속을 달리면서 아들의 영혼을 노리는 마왕을 물리치러 고 사투를 벌였다. 그러나 아들이 죽는 슬픔에 가슴 아파했다. 반주–협주를 맡은 신박듀오는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은 말발굽소리의 변화무상한 연주로 마왕의 연주를 청중의 마음 깊이에 기억토록 만들었다.
신박듀오와 베이스바리톤 안민수는 4월 21일부터 5월 3일 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 스프링 페스티벌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편성되어 3-5회의 연주를 가지게 된다.
<<베이스바리톤 안민수, 신박듀오의 한국 스케쥴>>
베이스바리톤 안민수와 신박듀오의 다른 공연일정은 다음과 같다.
-4월 18일 오후 5시 서울 교육문화예술센터 서울체임버홀(안민수, 신박듀오)
-4월 22일 오후 5시 30분 주한프랑스대사관(안민수, 신미정)
-4월 22일 밤 7시 30분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안민수, 신박듀오)
-4월 24일 밤 7시 30분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박상욱–김두만 피아노와 첼로)
-4월 25일 오후 2시 안동교회(살롱 콘서트:강혜정, 박상욱, 안민수, 신미정)
-4월 27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안민수, 신미정)
-4월 28일 오전 11시 부산 금정문화회관 은빛샘 홀(브런치 콘서트:신박듀오)
-4월 28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강혜정, 박상욱, Romain Guyot)
-4월 29일 오후 7시 30분 아트스페이스3(신박듀오)
-4월 30일 오후 7시 30분 세종체임버홀(신박듀오, 신미정, Mathieu Dufour, Laurent Lefèvre)
-5월 2일 오후 5시 청주 아트센터 올리브(안민수 독창회 ‘백조의 노래’-반주 신미정)
-5월 3일 오후 2시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신박듀오 등 출연)
글/사진 김운하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