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의 오페라 <Alice in Wonderland;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지난 17일, 오스트리아 빈의 Theater an der Wien; 테아터 안 데어 빈 극장에서 비엔나 초연을 가졌다. 이번 공연은 2007년 바이에른 국립오페라(뮌헨)에서의 세계 초연 이후, 제네바·빌레펠트·세인트루이스·로스앤젤레스·런던·암스테르담 등을 거쳐 이윽고 오스트리아 초연으로 이어진 무대이다.

테아터 안 데어 빈은 1801년 개관한 이래, 베토벤의 <피델리오> 등 여러 역사적 초연을 올린, 빈에서도 유서 깊은 극장 중의 하나이다. 또한 여타 국영 오페라극장들과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활발히 현대음악 오페라와 실험적인 레퍼토리를 무대 위에 올리고 있는 집이다. 2025/26 시즌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편성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전통 레퍼토리 위주의 대극장과는 다른 색채로써 동시대 음악극의 최전선을 선보이기 위함으로, 현대음악제 ‘빈 모던(Wien Modern)’과의 협력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비엔나 초연으로 선보이는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바탕으로 하여, 여덟 개의 장면으로 구성한 극작품이다. 대본은 미국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과 진은숙이 공동 집필하였으며, 영문을 원어로 한다.
본 작품은 원작 소설 앞뒤에 위치한 ‘현실 세계’의 액자 구조를 덜어내고, 꿈의 장면들만으로 극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작곡가는 인터뷰에서 “오페라에서는 꿈의 세계가 곧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는데, 앨리스가 토끼굴로 떨어지는 순간부터 재판 장면에 이르기까지, 관객은 논리와 시간 그리고 정체성이 끊임없이 뒤틀리는 ‘음악적 꿈의 연속’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전체 이야기를 따라가는 전통적 서사보다, 매 장면에서 던지는 감각·논리·언어의 충돌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오페라의 중심 화두는 바로 다음의 한 문장, “나는 누구인가?(Wer bin ich?)” 이다. 앨리스는 토끼굴 아래로 끝없이 떨어지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 속으로 추락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해결되기보다, 또 다른 질문들로 끝없이 분기된다.
아울러, 작곡가는 작가 루이스 캐럴이 중대한 철학적·실존적 질문들을 놀랍도록 가볍고 무의식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점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바로 그러한 토대로써 진은숙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철학적이면서도, 동시에 유머와 음악적 유희가 가득한 작품으로 완성한 것이다. 작곡가는 또한, 언어유희를 통해 한국적인 느낌을 전달하려 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전한 바 있다.


작곡가 진은숙은 1988년 리게티에게 사사하기 위하여 독일 함부르크로 건너간 이후, 지금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국제적 명성을 쌓아왔다. 특히 2024년에는 이른바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Ernst von Siemens Musikpreis)을 수상하며 세계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공연은 11월 17일 초연을 시작으로 26일까지 이어지는 공연의 정보는 아래와 같다.
- 11월 19일, 19시 – Theater an der Wien
- 11월 22일, 19시 – Theater an der Wien
- 11월 24일, 19시 – Theater an der Wien
- 11월 26일, 19시 – Theater an der Wien
공연 시간은 약 2시간 45분(휴식 1회 포함)이며, 공연 30분 전 극장 내에서 작품 해설이 제공된다.
글/사진: 박민우 보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