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 주최, 서울대학교 국악과 앙상블 공연 성료


흔히 음악을 인류의 보편적 언어라고 한다. 유럽 3대 민족학 박물관 중의 하나인 빈 세계박물관(Weltmuseum Wien)에 우리 국악이 흐르는 순간, 그곳의 모든 관객들은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음악은 서로 다른 문화를 하나로 묶는 가장 강력한 언어라는 사실을.
지난 11월 9일 빈 세계박물관 로비 홀(Säulenhalle)에서 쉬이 만나기 어려운 한국의 국악 공연이 펼쳐졌다. 서울대학교 국악과 앙상블이 선보인 <Celestial Resonance of Korea> 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음악과(국악과) 설립 70주년이 되는 2029년까지 한국의 풍부한 음악적 유산을 유럽 관객에게 소개하고자 올해 새롭게 시작한 국제 교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서, 이미 전날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 대학교가 주최하는 ORA 페스티벌(Originalklang-Festival/고음악 및 현대음악을 접목한 음악 축제)에서 8세기부터 현대를 넘나들며 한국 전통음악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 공연이기도 했다.



10월에 빈 음악협회(Musikverein) 브람스 홀에서 “Masterful Harmony(절정·絶靜)” 공연을 통해 오스트리아인들에게 고품격 한국 음악을 선사한 바 있는 거문고 명인, 허윤정 교수가 동료 교수, 제자들과 함께 다시 빈을 찾았고, 진행은 판소리 연구 학자이자 서울대 국악과에서 민족음악학을 가르치는 독일인 안나 예이츠(Anna Yates Lu) 교수가 맡아 독일어와 유창한 한국어로 각 연주 및 악기에 대한 설명을 재치 있게 풀어냈다.
첫 번째 무대는 <수룡음>이었다. 양인성의 단소와 전소현의 생황이 어우러져 깊은 물속에서 용이 힘차게 솟아오르는 듯한 명상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두 번째는 이정은의 아쟁과 김지영의 장구가 만나 생동적 느낌이 가득한 <아쟁 산조>를 들려주었다. 굵고 거친 아쟁의 선율 위에 장구의 역동적인 장단이 얹혀지면서 서로 다른 음색의 악기로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중후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다음 곡으로는 허윤정 교수의 거문고, 노은아 교수의 해금 이중주로 <천년만세>가 이어졌다. 천년의 번영을 기원하는 궁중 연례 음악의 하나인 이 곡은 대지의 깊은 울림을 지닌 거문고 위에 여린 떨림을 가진 해금의 음색이 바람처럼 걸리며 신비로운 공기를 빚어냈다.
네 번째 무대는 노은아 교수의 섬세한 해금과 강승혜의 25현 가야금으로 만나는 <민요 메들리>였다. 지역에 따라 여러 버전을 갖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을 현대적 감각으로 편곡해 들려줌으로써,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아리랑의 문화적 가치를 이날 자리한 많은 오스트리아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다섯 번째로 펼쳐진 무대는 <시나위(무속 음악 전통에 뿌리를 둔 즉흥 합주 형식)>로서, 노은아 교수의 해금, 김정현의 거문고, 이정은의 아쟁, 노동혁의 장구, 양인성의 대금, 전소현의 피리, 김지영의 징이 만나 서로의 숨과 흐름을 타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음의 파도를 그려냈다. 안나 예이츠 교수의 설명으로 전설의 악기, “만파식적” 이야기도 곁들여졌다.
마지막 무대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의 폭넓은 역량을 보여주는 무대로, 전통음악 전공 교수진과 서양 음악을 전공한 베이스 아틸라 윤(한국명: 전승현)이 함께 슈베르트의 <Doppelgänger>와 <뱃노래>를 한국 전통악기 반주와 결합해 선보였다. 가야금(강승혜), 거문고(김정현), 대금(양인성), 피리(전소현), 아쟁(이정은), 장구(노동혁), 징(김지영)의 멋들어진 앙상블이 민요적 선율을 기반으로 성악의 드라마틱하고 깊은 울림을 재해석해 인상적인 명연을 연출했다.
흥분과 감동으로 잠시 호흡을 잊은 관객들이 한꺼번에 숨을 토하며 긴 박수 갈채가 박물관 내부를 흔들었다. 이에 안나 예이츠 교수가 신명나는 <진도 아리랑>을 앵콜로 선사하며 공연의 여운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었다.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한 100여 명의 오스트리아 관객 중 도중에 자리를 뜨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빈 세계박물관을 찾은 많은 일반 방문객들도 각 층의 난간에 도열해 이 공연을 끝까지 지켜봤다. 새로운 우주의 음향 세계가 열린 듯했다. 한국의 전통 악기가 지닌 깊은 울림이 현대적 에너지를 만나 창조해 낸 이 특별한 무대에 오스트리아 관객들은 열렬한 찬사를 보냈다. 이 공연을 주최한 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은 앞으로도 한국 음악의 다양한 형태를 세계와 계속 나누고자 한다고 전했다.
빈 세계박물관은 기관의 사명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문화적 차이와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는 요소를 탐구함으로써 다문화화 되는 세계를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이번 공연은 박물관의 그러한 사명을 더없이 충실하게, 더불어 완벽하게 구현해 낸 최고의 사례가 아닐까 한다.
글: 정현선 문화부장 / 사진제공: 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Korea Kulturzent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