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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5일, 목요일

바리톤 나건용 & 피아니스트 강지현, 음악과 삶을 함께 걸어온 부부의 이야기

무대 위에 서 있는 연주자들의 모습을 보면, 어두운 무대 위 홀로 받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고독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로 그 무대를 위해,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준비하고, 서로 도우며, 음악적인 경험을 쌓곤 한다. 때로는 그 관계가 스승과 제자일 수 도 있고, 연주자와 반주자, 혹은 앙상블이라는 구성원이 될 수도 있다.

바리톤 나건용과 성악반주자 강지현은 그런 의미에서 특별한 부부다. 학창시절부터 함께 무대를 꿈꾸며 달려왔고, 결혼 후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긴 유학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자신들이 겪은 경험과 배움을 고스란히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강지현과 바리톤 나건용 부부음악가

나건용은 2010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까지 학업을 이어가며, 마지막 1년은 드레스덴과 오스트리아 빈을 오가며 졸업을 준비했다. 당시 아내 강지현이 빈 시립음악원 리트 반주과에 합격해 정착했기 때문이다. 기차로도 오가기 힘든 거리였지만, 부부는 기꺼이 그 시간을 견디며, 또다른 도약을 준비했다.

“한 달에 두 번, 7시간 반씩 기차를 타고 드레스덴 졸업시험을 보러 다녔습니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부부가 각자의 목표를 위해 서로를 지지해야 했으니까요.”

강지현은 서울대에서 반주 강사로 활동하였고 2013년 비엔나에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2016년 학업을 마친 후에는 개인 사정으로 인해 잠시 한국에 머물렀지만, 당시 국내의 학교에서 여러차례 출강을 권유받을 만큼 음악가로서 인정을 받았다.

“저는 늘 학생 중심으로 반주를 해왔어요. 비엔나에서도 다양한 성악가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2025년 더 마스터즈 썸머 마스터 클래스에 제자들과 참석한 나건용, 강지현 부부

나건용은 서른이 넘어 유학을 시작했다. 결혼 후 유학이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혼자 시작한 해외생활이 아니니만큼 부담과 현지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그 시간을 ‘감사한 축복’으로 여긴다.

“독일 극장에 합격한 적도 있었지만, 저는 무대보다 학업을 선택했습니다. ‘유학을 온 이상 학위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그래서 무대 활동은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온전히 학업에 몰두할 수 있었던 건 제게 큰 선물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온라인이 활발하지 않아, SNS 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시대. 그는 “정보를 쉽게 구할수 없어 이것이 올바른 선택일지에 대해 불안한 마음도 항상 가졌었고, 조언을 구할 사람조차 없었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대신 부부가 함께 의논하며 하나씩 결정을 내렸고, 지금은 그 과정 모두가 큰 경험이고 밑거름이었다고.

“잘못된 길은 없었지만, 생각해보면 정보가 많지 않아 아쉬운 순간은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자들에게는 저희가 겪은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습니다. 제자들의 성공이 제 일보다 더 기쁘게 느껴집니다.”

그러한 교육자의 생각은 최근 한국인 남성 최초의 입상자 제자를 낳는 쾌거를 얻었다. 최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태한은 나건용 사사로 서울대 1학년 때부터 4년간 가르쳐온 학생으로, 졸업 직후 세계무대에서 한국인 남성 최초의 입상자라는 타이들을 이뤘다.

선생으로서 바라본 제자 김태한은 스스로 레퍼토리를 구성하고 분석할 만큼 준비가 철저한 학생이었다. 나건용은 이를 토대로 곡 순서와 무대 구성을 조율했다. 특히 피날레 곡은 “동양 성악가의 한계를 넘어보자”는 의미에서 도전적인 선택을 했고, 결과는 놀라웠다. 국제적인 콩쿠르에서는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기에 특히 레퍼토리의 선택이 중요하다. 곡을 고르는 노하우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제자들의 선택에 맡기며, 자신은 준비 해 온 구성에서 조언을 통해 더욱 자신을 돋보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한 그의 선택은 스승과 제자 둘 다 최고의 결말을 선사했다.

좌: 제자 바리톤 김태한, 우: 바리톤 나건용 (사진제공: 나건용). 현재 제자 김태한은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에서 수학중이다.

“본선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입상만 해도 동양인 남성 최초였으니까요. 그런데 시상식에서 첫 번째로 이름이 불렸을 때, 당연히 6등부터 호명하는 줄 알았습니다. 우승자라는 말을 듣고 저 역시 믿기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제자들에게 늘 ‘음악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붙들라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초심”이기에, 항상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강지현, 새로운 한국 오스트리아 편집인 김충자 부사장, 새로운 한국 오스트리아 발행인 김운하 사장, 바리톤 나건용

“성악은 뮤지컬이나 가요와 달리 특수한 분야입니다. 지금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이 길을 걸으려면 단단한 각오가 필요합니다. 결국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은, 음악을 좋아했던 초심에서 나옵니다.”

강지현 역시 학생들에게 경험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제자들이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는 게 참 부럽습니다. 저희 때는 그런 기회가 드물었거든요. 경험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해봐야 합니다. 학생들을 위해 쓰는 시간이 결국 저희에게도 큰 힘이 됩니다.”

두 사람에게 비엔나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도시’다.

“유학 시절 살던 동네를 가도 그대로예요. 언제 와도 같은 모습이라는 게 비엔나의 매력입니다. 그래서인지, 그 시절 느꼈던 초심을 여전히 품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제 한국에서의 무대와 강단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두 사람의 중심은 변하지 않는다. 음악을 향한 초심, 그리고 제자들과 나누는 기쁨이다.

2025년 더 마스터즈 썸머 마스터클래스에 교수진으로 참석한 나건용 강지현 부부.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신미정, 테너 라이너 트로스트, 바리톤 나건용, 소프라노 김남영, 피아니스트 강지현, 베이스바리톤 안민수

내년에도 마스터 클래스에서 뵐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두 사람은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매년 더 마스터즈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하고, 이번 년도의 새로운 마클 소식을 전할 때 마다, 이미 입시를 끝내고 대학에 들어간 제자들도 매년 꼭 오자고 합니다. 그래서 내년에도 또 오게 될 겁니다. 제자들과 음악을 나누는 시간이 우리에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비엔나에 꼭 또 와야죠, 하고 웃음짓는 부부의 모습을 내년의 더 마스터즈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기약해본다.

글/사진: 허미리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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