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진 숙부님과의 첫 만남과 마지막 만남은 일본 불교에서 가장 큰 종단인 조동종(曹洞宗:Sotoschu)의 창립자 도겐(道元)스님에 대한 대화로 장식되었다.내가 숙부님을 처음 만난 것은 1973년경, Los Angeles에 있는 Claremont집 에서였다. 당시 숙부님은 클래어몬트 신학원(Claremont School of Theology) 대학원 종교학 교수로 있을 때였다.
나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그가 미국에 와서 미국에 일본 선불교를 전한 조동종의 스즈키 순류 (Shunryu Suzuki)스님과 주로 대학교에서 교육을 통하여 일본 선불교를 전한 스즈키 다이세츠(Suzuki Daisetz) 스님과의 교류를 통하여 그가 깊이 일본 불교와 가지게 된 인연을 이야기 한 것이다. 숙부님은 결국 조동종 창립자 도겐스님에 대한 연구로 클래어몬트 신학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김희진 숙부님은 첫 만남에서 자신이 쓴 ‘모든 신들의 죽음’에 대하여 설명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신들을 믿는 것 보다는 죽지 않는 진리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을 했다. 그는 예를 들어 고대 희랍의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픽 산의 모든 신들과 중앙아시아의 신들, 로마제국의 신들도 모두 죽었다면서 결국 지금 살아 있는 각종교의 신들도 모두 죽고 말 것임을 강조했다. 당시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이었던 나는 숙부님의 주장에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남아 있다.
나는 숙부님이 보내 주는 자신의 저서들과 종교 서적들을 열심히 읽었다. 불교와 종교 일반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결국 로스 앤젤레스의 2년제 Lomericana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서부대학교 대학원(The University of the West)에 입학하여 비교종교학을 공부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상과 같은 이유들로 숙부님과 나와의 사이에는 언제나 종교적인 대화가 많이 포함되었다. 유익한 종교 관련 서적들도 보내 주고, 편지도 나누게 되었다. 특별히 도겐 스님에 대한 많은 서적들을 나에게 주었다.
숙부님과 나와의 마지막 만남에서도 종교와 불교, 특별히 도겐 스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문을 차지했다.

2022년 4월 14일 나와 아내 김 충자, 아들 홍석(Paul), 나의 동생 James(운해)와 함께 북 가주 Walnut Creek의 Rossmore Community에 있는 숙부님 집에서 숙부님 내외분을 만나 뵈웠다. 우리들은 “형제의 Yellowston National Park여행”을 계획하고 가는 길에 숙부님 내외분과 4촌 형제들을 만나고 싶었다. 우리들은 먼저 Rossmore Community Club House에서 숙부님 내외분과 점심을 같이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점심 후는 집으로 가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숙부님은 당시 만 95세의 생신을 얼마 전에 맞이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새로운 저서를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제목은 <Dogen Zen, Socialism and Ecosystem>으로 잡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숙부님은 당시 북 가주 일대와 특별히 Rossmore Community 근처까지를 위협했던 산불을 경험하고, John Bellamy Foster의 저서 <The Return Of Nature:Socialism and Ecology>를 읽고 크게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Foster의 다른 저서 <Capitalism in the Anthropocene:Ecology Ruin or Ecological Revolution>에도 언급했다. 그는 이 두 권의 책을 꼭 읽어 보라고 권했다.
숙부님의 강조는 현대문명의 가장 큰 문제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환경파괴이고, 인류는 시급하게 이 문제 해결에 일제히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문제의 대두는 자본주의의 횡포가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자연으로의 회귀와 친화, 환경혁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숙부님은 도겐 선의 환경이론, 그것의 현대적인 특성들을 해설하여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의 종교인들과 지식인들이 도겐의 환경이론과 그 영향력을 이해하고, 도겐의 환경문제 해결책을 오늘날에 필요한 환경혁명에 이용하고, 영향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숙부님은 삶의 목적에 대하여도 말했다. 그는 도겐이 말한 명언, “사람의 생애는 꿈속에서 꿈을 해석하는 것과 같은 것(夢中說夢)”이고,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이라는 것도 공중에 그려진 꽃과 같은 것(空華)”임을 먼저 설명했다. 그는 사람의 일생과 진리라는 것이 이 같이 확실한 내용이 없고, 실체가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도겐의 좌선과 사상을 깊이 들여다보면, 이 같은 말의 깊숙한 곳에는 또 다른 진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도겐은 사람에게 깨달음과 거룩해 짐을 이룩하는 성품이 있음으로 수행을 통하여 견성(見性)을 이룩해야 되며, 하늘에 그려진 공화(空華)는 이것의 이룩함인 것으로 있다-없다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모유(妙有)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깨달음과 깨달은 존재의 필요성을 주장한 숙부님은 “이 같은 성격과 노력은 기독교에서 가지고 있는 영혼 구원의 신앙과 하나님을 닮아 가는 거룩해 짐의 신앙과도 서로 통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숙부님은 죽음에 대해서도 말했다.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죽음을 어떻게 맞을 것이냐? 이런 문제들은 완전히 그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의 문제이다. 남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잘 죽는다는 선종(善終)을 하려면 잘 죽는 법을 공부해야 한다.”
김희진 숙부님은 지난 5월 8일 밤중에 가슴에 두 손을 모은 채 고요하게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것은 자연적이고 생물적인 육체의 한 변형일 따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숙부님의 유언대로 숙부님의 선종을 축하하고 싶다. 그가 평생 노력한 되로 깨달은 존재의 모유(妙有)로서 앞으로도 그가 주장해온 ‘역동적인 깨달음의 실행’을 행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 추모사에는 김희진 숙부님을 함께 존경하고 사랑한 나의 아내 김충자 본사 편집인 겸 부사장의 간절한 추모의 마음도 담겨 있음을 부기한다.
글/사진: 김운하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