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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6일, 금요일

[어버이날 특집] “어버이날에 부쳐” – 고 정창식 박사의 2017년 어버이날 답사

* 아래 글은 지난 2월 작고하신 정창식 박사님께서 2017년 어버이날, 한인원로회 창립을 구상하며 작성하신 것입니다. 어버이의 진정한 의미와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글이라 동포들과 함께 널리 공유하고자 합니다.

고 정창식 박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우리들을 초대해주신 한인회에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우리가 어버이에 대해 생각해 볼 때, 나는 항상 한 가정의 어버이로서 나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나를 느끼곤 합니다. 우리가 자식을 낳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저절로 또는 내 힘으로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만 지금은 그것은 하늘이 해 주시는 것이라고 여깁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가정이란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도우며 용기를 주고, 어떠한 곤란이 있더라도 그 어려움을 잘 가다듬어 그것을 토대로 교훈으로 삼아 내가 받은 가정교육을 통하여 영위할 수 있는, 생동하는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곳”인 것 같습니다. 즉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곳”인 것입니다.

우리 세대들은 옛날 우리나라가 못 살 때에 이곳으로 와서 열심히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느라고 부지런히 일하였습니다. 그러나 자식들을 위한 시간이 적었고, 지금에 와서 보니 어버이는 자식이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뒤에서 잘 돌보아 주어야 하는데 우리들은 경제적인 것에 중점을 두고, 아이들에게 이러한 뒷바라지할 만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였습니다.

옛날에는 매를 드는 것이 인간을 만드는 것이라 했습니다. 자식들이 자기 앞길을 잘 찾아 갈 수 있는 것은 그 뒤에서 그들을 믿고 이해해 주고 필요할 때에 사랑으로 도와주는 부모가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겨서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좋은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생각해 온 것을 잘 이해하고 서로 돕고 믿으며 힘을 합쳐서 다 같이 보다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아이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하는 성인 예식이 있다고 합니다. 어린 소년에게 창을 하나 쥐어 주며 야생 동물들이 있는 숲속으로 혼자 들어가 밤을 새우고 나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겁이 잔뜩 든 채로 숲속에 쪼그리고 앉아서 벌벌 떨다가 아침에 자기 앞에 완전 무장한 아빠를 보고 밤새 아빠가 자기와 같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감사와 용기를 갖고 세상을 더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다고 합니다.

어버이! 즉 우리 기성 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옆에서 젊은이들을 잘 지켜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솔선해서 해 주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얼마든지 스스로 많은 것을 창의해서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지 그들 옆에서 그들을 “이해”해 주고 그들이 하는 말을 잘 들어주고 그리고 사랑해주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 주는 어른이 필요할 따름입니다.

옛날에 광부들과 간호원들이 유럽에 와서 일을 시작할 때 그들은 월급의 일정한 부분을 한국에 보내고 계약대로 정해진 기간 동안 일했습니다. 그때에 그들이 열심히 일한 땀의 대가는 그 돈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외국인들이 “열심하고 친절한 한국 사람들”에게 드디어 “관심”을 갖게 되고 한국을 도울 마음이 생겼으며 한국에 돈을 기꺼이 빌려줌으로 인해 한국의 경제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조국에 그들을 믿고 있는, 사랑하는 부모형제와 그리운 가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버이는 젊은 세대에게 우리가 어떤 인간성을 갖고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보여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들 가운데에는 물적으로나 심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외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외로운 노년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좀 더 노력하여 힘을 합하고,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기보다는 자기의 사명으로 느끼고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며 앞으로 뜻깊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이젠 우리 비엔나에도 어버이 노릇하는 원로회가 이루어질 때가 왔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비엔나 한인 사회를 옆에서 지켜보아 주고 관심을 갖고 사랑과 이해 속에서 용기를 북돋워 주는 어버이 사회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글: 고 정창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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