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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6일, 금요일

[문화칼럼] 유럽을 바꾼 세기의 로맨스: 미남왕 필립 X 광녀 후아나의 러브 스토리 – 한윤경 미술특별위원

Familie des Kaisers Maximilian I. (Bernhard Strigel / 출처: KHM)

아버지 막시밀리안(Maximilian)과 어머니 마리아(Maria von Burgund)의 결혼은 유럽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엄청난 파급력을 갖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필립(Philip)은 날 때부터 거대한 황금 수저를 물고 있는 셈이었다. 또한 그의 고운 모습은 딸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아름다워서 그는 훗날 ‘미남 필립'(Philip der Schöne)이라 불리게 된다.

그러나 필립이 다섯 살 되던 해, 어머니 마리아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두 왕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고, 마리아의 부재로 인해 불안해진 부르고뉴 공국은 남편 막시밀리안이 아닌 아들 필립과 딸 마르가레타(Margareta)를 상속자로 정해 아버지를 만날 수도 없게 했다. 결국 필립은 외할머니 슬하에서 외롭게 자라게 된다.

필립의 아버지 막시밀리안 1세(Albrecht Dürer / 출처: KHM)
후아나의 아버지 페르디난드 2세 (Michel Sittow / 출처: 위키백과)
후아나의 어머니 카스티아의 여왕 이사벨라 (출처: 위키백과)

세월이 흘러 그는 유럽 최고의 신랑감으로 성장했다. 필립의 신붓감으로 첫손에 꼽힌 것은 아라곤 왕국의 후아나(Johanna) 공주. 카스티아의 여왕 이사벨라(Isabella)를 어머니로, 아라곤의 왕 페르디난드(Ferdinand)를 아버지로 둔 그녀였기에 손색없는 상대였다. 아라곤 왕국 쪽에서도 프랑스를 견제하는 데 있어 필립의 아버지, 막시밀리안의 힘이 필요했기에 그들은 ‘겹사돈’이라는 2중의 방어선을 구축했다. 훗날 카스티아와 아라곤의 왕위를 물려받게 될 후안(Juan)은 필립의 여동생 마르가레타와, 그리고 합스부르크와 부르고뉴의 상속자인 필립은 후아나와 결혼하면서 이 대단한 정략 결혼이 완성되었다.

사실 후아나는 왕위 계승 서열에서 멀어도 한참 멀었다. 왕위를 물려받을 오빠와 두 명의 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위 계승자인 오빠 후안이 결혼 6개월 만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연이어 언니와 어린 조카가 죽으면서 후아나는 스페인과 아라곤의 유일한 상속자로 급부상한다. 설상가상으로 자식들의 잇단 죽음으로 상심을 견디지 못한 이사벨라 여왕까지 세상을 떠난다.

상황이 급변하자 후아나의 아버지 페르디난드가 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딸이 어머니 이사벨라 여왕에게 물려받은 상속지인 카스티아를 대리 통치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아나의 남편 필립도 가만 있지 않았다. 욕심이 화를 부른다 했던가? 아버지와 남편 사이에 낀 후아나에게 회복할 수 없는 불행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행운이라 여겼던 운명이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트리게 된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글: 한윤경 미술특별위원 / 그림: 위키백과


한윤경 미술특별위원 약력 (Mag. HAN Yun-Kyoung)

  • 한양대학교 응용미술학과 학사과정 수료
  • 빈 응용 예술대학교(Universität für Angewandte Kunst) 산업 디자인, 금속 공예과 석사, 박사과정 수료
  • ECM 전시 이론 및 기획 석사 (2010)
  • 오스트리아 국가공인 가이드 자격증 (2005)
  • 필리핀 한국 문화원 큐레이터 (2016-2017)
  • 서울, 독일, 홍콩 갤러리 다수 전시 기획
  • 빈 미술사 박물관 벨트 뮤지엄 한국 민화 책거리 전시 “Chaekgeori-Our Shelves, Our Selves” 기획
  • 서울 청담동 바카라 메종 전시 기획 (2023-2024)
  • 문화유산회복재단 아트 디렉터
  • 독일, 체코, 폴란드 “KOREA, RE_FOUND” 전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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