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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5일, 목요일

한인 최초로 잘츠부르크 주립극장 주연으로 나선 테너 김현덕

테너 김현덕 프로필 사진
중앙에 내세워진 테너 김현덕
히피 분장으로 코리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테너 김현덕
히피 기사로 코리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테너 김현덕

잘츠부르크 주립극장에서 지난 9월 26일 초연한 올해 가을 시즌 대표작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의 오페라 부파 ‘랭스로의 여행’(Il viaggio a Reims)은 한 마디로 잘츠부르크가 놀랍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오페라 연출가와 지휘자가 모두 이탈리아인들이라서 가능한 것이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미디어의 호평과 매회 만석을 기록한다는 보도를 보면, 잘츠부르크가 시대의 변화와 요청을 잘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잘츠부르크 문화예술계, 특별히 잘츠부르크 주립극장의 전통을 보면 무대의 인종적 색깔을 심하다 할 정도로 중요시해 왔다. 지난 20년간의 역사만 보더라도 한 번도 유색 인종을 주연급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심지어 합창단 단원들도 그랬다. 한국인들이 하도 노래를 잘하기 때문에 수년 전 겨우 한 사람을 합창단으로 고용했다. 그 뒤에 중국인, 인도인을 각각 1인씩 첨가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한국인 한 사람을 더 고용했다.

이번 ‘렝스로의 여행’ 무대는 세상이 뒤집어질 정도로 바뀌었다. 한국인 프리랜서 테너 김현덕을 주연급 역인 프랑스 작위 기사 일 카발리에 벨피오레(Il cavalier Belfiore)로 등장시켜 무대 한가운데와 앞에 내세우고 무대를 종횡무진으로 활보하게 했다. 심지어 프랑스 장교로 분장시키는 근래의 연출을 벗어나 놀랍게도 요가를 하는 히피로 분장시켰다.

이태리 신예 연출가 안드레아 베르나르드(Andrea Bernard)는 이 한국인 히피에게 이 오페라의 제일 인기 있는 프리 마돈나 코리나(Corinna)와 단 둘이의 무대에서 오랜 시간 사랑의 듀엣을 하게 했다. 테너 김현덕이 로마의 환상적인 즉흥 가수 코리나 역을 맡은 소프라노 안나 지오반나 로사티(Anna Giovanna Rosati)에게 사랑을 호소하고 레치타티보로도 대화를 나누는 이 장면은 귀족적이고 보수적인 잘츠부르크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테너 김현덕과 소프라노 안나 지오반나 로사티의 낭만적이고도 환상적인 아리아와 듀엣 ‘그대의 신성한 얼굴에서는 —-, 오 그대는 정말 매력적인 분입니다’(Nel suo divin sembiante—, oh, tanto incantas)가 끝났을 때 청중들은 끝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오페라 온라인’에서는 “테너 김현덕은 아름다운 서정적 목소리로 자신의 역할을 탁월하게 해 냈다”고 격찬했다. 테너 김현덕은 오페라 ‘팔스타프’(Falstaf), ‘라 체네렌톨라’(La Cenerentola) 등 로시니의 오페라 부파 3편에 출연하면서 익힌 로시니의 특성과 코믹한 연기를 연마한 것이 큰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유럽의 오페라 청중들은 이제 200-300년 된 전통적 오페라에 대한 입맛을 잃었다는 것이 공통적인 현상이다. 오래된 것은 너무 늙었고, 이젠 지루하다는 풍조다. 새로운 오페라에 대한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비엔나와 잘츠부르크는 세계 관광객들이 각처에서 몰려와서 여전히 고전적 오페라를 찾고 있다고 하여 제작품도 40-50년 전의 연출 작품을 거의 그대로 되풀이 하고 있는 현실이다. 신작과 새 연출을 조금씩 도입하고는 있지만, 마음에 차지 않고 있다.

이번 잘츠부르크 주립 극장의 ‘렝스로의 여행’은 원작 악보와 대본의 내용은 그대로 하되 시대와 상황을 현대의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3시간 짜리를 두시간 반 짜리로 줄였다. 3막의 형태로 진행해 온 것을 휴식 시간을 둔 2막 짜리로 만들었다.

프랑스 황제 샤를 10세의 대관을 축하하는 작품으로 로시니가 파리에 머물면서 작곡, 1825년 6월 19일 파리 테라트로 이탈리아인 극장에서 샤를르 10세가 참석한 가운데 초연된 이 오페라는, 당시의 시대 상황 가운데서 벨칸토 오페라 아리아와 중창들, 코미디를 마음껏 즐기도록 작곡한 것이다.

오페라의 이야기 줄거리는 간단하다. 그러나 그 전개가 다양한 코미디와 삼각연애, 짝 사랑, 질투 등이 뒤섞인 사랑, 애국심이 가미 되어 있다.

바람은 났으나 남편의 결투를 말리는 메조 소프라노 마르케사 멜리배아
발송한 패션 가방들이 도착한 것을 축하하는 폴빌 백작 부인
묶였던 발들이 파리로 갈 수 있다는 낭보에 축하잔을 터트리는 여행자들

원작은 프랑스, 러시아, 폴란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각국 사람들이 옛 프랑스 샤를르 황실의 수도 렝스(Reims-현재의 브뤼셀)에서 열리는 샤를르 10세 대관식을 참석하기 위하여 프랑스 땅 플롬비에르의 온천 호텔 ‘일 지그리오 도로’(Il Giglio d’Oro)에 도착, 투숙한다. 그러나 14명의 손님 일행은 이 마을의 마차가 이미 모두 대절되어 렝스로 떠났기 때문에 마차가 없어 발이 묶이게 된다.

10명은 쟁쟁한 목소리를 갖춘 성악가적 귀빈들이다. 나머지 4명은 이들의 양녀, 하인 등 보조들이지만, 성악의 실력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찌하든 마차가 구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호텔에 머물지 않을 수가 없다. 각 가지 일화와 코미디가 이 머물음 속에서 여행자들을 중심으로 얽히고설켜서 일어난다.

이번 잘츠부르크 주립극장의 오페라에서는 여행사가 조직한 렝스 방문 여행단에 소속된 그룹 여행자들이 모든 비행편이 취소되어 공항 스파 호텔에 숙박하여 다음 비행기 편을 기다리는 것으로 나온다. 호텔 주인, 매니저, 종업원들이 모두 여행사와 공항 직원으로 나온다.

원작과 잘츠부르크 주립극장의 오페라 출연자들 중 직함이 바뀐 자들은 있지만 인물은 동일하다. 제일 각광을 받는 로마에서 온 환상적 즉흥 연주자 소프라노 코리나에 대하여 여러 사람들이 연정을 가지지만, 히피족으로 나오는 프랑스 장교 테너 김현덕만이 용감하게 접근하여 사랑을 고백한다. 사랑의 성사는 실패로 끝나지만…

최근에 남편과 사별한 프랑스인 소프라노 폴빌 백작 부인은 광적인 패션애호가이다. 발송한 패션 짐짝 16개의 도착을 기다리다가 짐이 도착하지 않자 기절을 한다. 호텔 의사 베이스 돈 프루덴치오가 치료를 하여 정신을 차리게 한다. 폴란드인 메조 소프라노 마르케사 멜리베아는 미남의 폴란드 해군 장군 테너 돈 알바로의 열열한 구애에 함께 불이 붙었다. 남편 러시아인 태너 리벤스코프 백작은 이들의 관계를 알고 심한 질투심에 쌓인다. 리벤스코프는 돈 알바로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그러나 아내의 바람이 잔잔해지고, 여러 사람들의 만류로 결투를 철회한다. 돈 알바로와 화해한다.

영국인 귀족 베이스 시드니 경은 해군 대령으로 나온다. 원작에서는 미모의 환상적 즉흥 가수 코리나를 몰래 사랑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연기가 바뀌어져 영국을 사랑하지만, 유럽연합 깃발을 들고 유럽 연합을 사모하는 사람으로 연기한다. 무대는 영국의 유럽연합을 비판하고 다시 복귀할 것을 요구하는 표지판들이 나타난다.

호텔 여사장 소프라노 마담 코르테사는 값싼 항공사 ‘엘로나 베까로’(Elena Beccaro) 대표로 나와 여행자들의 생활과 여행 진행 등을 총괄한다. 호텔 매니저 메쪼 마다레나는 항공사 매니저로 나온다. 이밖에 코리나의 보호 소녀 그리스인 소프라노 데리아, 폴빌 백작 부인의 사촌 테너 돈 루이지노, 택배 담당인 테너 제피리노, 집사장 베이스 안토니오 등이 어울린다.

이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는 교통편이 풀린다는 낭보가 들어와 연 자축회이다. 원작에서는 샤를 10세가 먼 거리의 렝스에서 가지려던 대관식을 파리로 와서 가진다는 칙령이 전해져 온 것이다. 파리로 가는 마차는 확보되었다는 호텔 측의 통보였다. 잘츠부르크 무대는 비행기 항로가 다시 열리게 되어 내일 출발한다는 통보였다.

여행단 단원들이 연 자축회에서 모든 여행자들은 자기 나라의 노래를 마음껏 자랑하며 불렀다. 10명의 독창자들과 4명의 후보 독창자들, 합창단원들이 나오는 마을 농부들, 호텔 직원들. 기타 손님들의 합창과 춤, 대단한 노래의 향연이 벌어졌다. 로시니는 이탈리아 벨칸토 창법의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다 동원하여 벨칸토의 향연이 되게 했다.

특별히 세 소프라노의 콜로라투라 창법 특연이 탁월했음을 소개하고 싶다. 코리나 역의 소프라노 아니타 지오반나 로사티, 3각 연애의 주인공 멜리베아 역의 메조 카티 코벤트리(Katie Coventry), 폴빌 백작 부인 역 소프라노 니콜 루빙거(Nicole Lubinger)는 그 훌륭한 연기와 노래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김현덕(오른쪽)의 무대인사
지휘자 커룰로 배내데토 시멘토

잘츠부르크 모찰테움 오케스트라와 이 오페라를 빛낸 지휘자 커룰로 배내데토 시멘토(Carlo Benedetto Cimento)는 훌륭한 데뷔 지휘를 했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으로 잘츠부르크인들에게 이미 선을 보인 연출가 안드레아 베르나르드는 로시니의 경쾌한 멜로디와 웃음보따리를 마법 상자에서 술술 풀어내듯 하는 연출로 청중들의 웃음보를 계속 터트리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특기하고 싶은 것은 한국인 테너 김현덕의 출현이다. 그는 독특한 음색을 가진 테너이다. 서구인들의 테너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가 잘 만들어진 미사일이 몸속에서 솟아 나오는 것과 같다고 한다면, 김현덕의 소리는 하늘로 똑바르게 솟아 오른 폭죽이 상공에서 화려하게 폭발하는 불꽃과 같다고 하겠다. 참으로 특이한 미성의 테너이다.

독일 드레스덴 음대에서 석사, 빈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그는 브레겐츠 극장 등에서 마술피리의 타미노, 사랑의 묘약의 네무리노 등 역으로 기초를 단단하게 다졌다. 그의 미래가 이번 잘츠부르크 극장 데뷔로 더욱 빛날 것이다.

 

글: 김운하 발행인 / 사진: 잘츠부르크 주립극장

*이 글은 월간 객석 11월호에 게재된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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